<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송 수 민
SONG SUMIN
2017, 동전 한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
1.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면이 나오는 경우의 수는 2이다.
2.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방법이 전부 n가지일 때,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n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전시는 작품의 의미가 발생하는 경우의 수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의 수는 쉬이 셈 되지 않는다. 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의 의미는 무한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작가가 자신의 의미망을 단단하게 얽어두지 못했다면 그 무한함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또는, 역으로 지나치게 단단하게 묶어놓아 작품의 밖과 안, 작품과 작품 사이, 종과 횡을 가로지르며 유연하게 읽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작품의 면면을 찔러보며 다층적인 읽기를 시도하는 일이 즐거우리라고 믿는 것. 이것이 우리가 6개월 전에 만나 약속한 것이다. 이것을 ‘약속’이라며 글씨로 써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리에 모여 자신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까닭 없이 저 멀리 떠밀리는 듯한 기분을 지우고자 했고, 이 약속을 말뚝 삼아 헐겁게나마 작품을 지지하고자 했다. 그렇게 이번 전시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는 작품에서 파생되는 셈 되지 않는 수를 헤아리고 다시 흩어놓는, 연속된 과정이 되었다.
과정을 탐구한다는 말은 때때로 모호하지만,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에서는 연필을 쥐는 감각이나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감각을 떠올리면 어울릴 것이다. 몇 번이고 스테이트먼트를 고쳐 쓰는 행위의 과정을 이 전시에 옮겨오고자 했기 때문이다. 스테이트먼트를 공들여 쓰듯이, 그러나 동시에 유연하게 말하기 위해 한 작품의 이전과 이후에 있는 것들을 교차해가며 살폈다. 또한,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구조를 통해 의미들이 얽히고 또 읽히는 과정을 가시화하고자 한다. 지금 이곳 4LOG의 전시와 함께 또 다른 장소에서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장의 규모, 위치, 성격이 모두 다른 이 두 공간이 이번 전시의 물리적 구조를 이룬다. 각 공간에서 형성되는 내적인 의미에 충실하되, 두 공간을 자유롭게 연결지을 수 있는 상상의 여지를 찾고자 했다.
이곳 4LOG는 한 작가의 작품들 간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장이 된다. 송수민과 전은주는 각기 다른 시리즈의 작품들에서 유기적인 이미지를 찾아 작품 간의 새로운 관계맺기를 주선한다. 황보현은 습작과 완성작의 관계를 맺는 두 이미지를 함께 배치하여 동일한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판단을 추리하도록 한다. 이유진은 오브제 작품을 매체적 형태를 유지한 것과 분해되어 재구성된 것으로 함께 제시하는데, 어느 쪽이던 그 오브제를 적절하게 읽게 하려고 고안된 방식이다. 이미솔은 사물과 그려진 것, 그리고 만들어진 것 사이를 경쾌하게 가로지르며 이것들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어지러이 한 공간에 펼쳐짐으로써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조응과 충돌의 의미가 발견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진행되는 space 15th는 한 명씩 릴레이로 공간을 사용하는데, 한 번도 부각하지 않았던 작품의 요소를 등장시키거나 미뤄두었던 보여주기 방식을 실현할 것이다. 두 장소에서의 동시적 시도로 작품을 읽는 경우의 수는 무한히 열릴 것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의미의 점들을 찍고, 그 사이를 유연하게 이어가면서 작품의 지지면을 세워 무한함에 떠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동전이라는 사물이 함의하듯, 이번 전시는 무언가 결정해야 할 순간에 쓰기 좋은 어떤 작은 토너먼트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글 백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