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Empty flower>, 캔버스에 아크릴,각 60x60, 2018
송 수 민
SONG SUMIN
[금호미술관] 송수민 – 비평글
이미지로서의 회화
황신원 /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그리기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표현방식이다. 이미지를 다루는 전통적인 매체로서 회화는 여전히 시지각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이다. ‘회화’는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가 가능한 공간이고, 이분법적인 사유를 넘나드는 소통의 지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각 환경은 이미지에 대한 다른 시각의 틀을 열어 주었고, 회화라는 매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그것을 다루는 접근 방식에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 세대의 작가들에게 회화 매체는 작업의 출발 지점, 다시 말해 회화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된 개념과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와 매체에 대한 사유의 관점이 앞으로의 작업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듯하다.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능력은 ‘편집’이다. 편집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이미지는 변형과 선별이 가능하고 우연적인 개입, 그리고 다른 관계망으로 읽힐 수 있는 편집이 가능해졌다. 예술의 매체 또한 장르의 해체와 결합을 통해 더 이상 경계는 무의미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회화는 그 전통과 고유의 속성을 논하기 이전에 사각의 프레임 안에 생성된 이미지로 소통되고 있다. 파일(file), 편집(edit), 이미지(image), 레이어(layer), 선택(select), 필터(filter), 보기(view), 이 단어들은 대표적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Photoshop) 메뉴에 등장하는 키워드이다. 이미지 생성의 단계를 구분하고 그 과정이 수반하는 창작자(화가)의 역할수행, 개입의 지점을 명확히 열거하고 있다.
파일(file) 송수민은 각종 미디어가 생산한 정보와 이미지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현실을 기록한 기사와 사진을 수집한다. 습득한 정보와 이미지는 순간 각인되고, 단편적인 기억으로 한 켠에 자리 잡는다. 작가는 아카이빙한 사진을 계속 보며 기사를 읽고 저장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전혀 맥락이 다른 이미지를 재발견하고 또다시 순서대로 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미지(image) / 선택(select) 작업은 수집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의 정보는 인간의 감각 정보를 왜곡하고 저장 기억에 영향을 준다. 그렇게 왜곡되어 축적된 데이터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면 인간은 이 가치관에 맞는 정보를 찾아 나선다. 이렇게 해서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정보를 선택하는 왜곡 현상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강화된다. 따라서 한두 달의 시간이 지난 후, 쌓인 수많은 이미지를 대면하면 처음 저장했던 시기와는 다른 관점으로 사진을 보게 된다. 수집한 이미지 중 감정이나 기억의 간극이 큰 낯선 이미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호기심과 흥미가 증가된다.
편집(edit) 시간은 시선의 거리를 벌리고 맥락을 전환시킨다. 이렇게 이미지는 재해석된다. 이미지를 기록했던 텍스트가 사라짐으로써 사진은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는 편집 가능한 상태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본연의 맥락은 지워지고 서로 다른 사건과 사건, 풍경과 풍경이 콜라주 된다. 미디어를 통해 바라본 사회의 사건이나 이미지들을 편집 과정에서 왜곡, 단절되고 또 다른 연결 지점을 찾아 나선다. 작가가 바라본 세상은 자신이 습득한 이미지로 창조한 세상이 된다.
레이어(layer) 단순화된 색면과 텅 빈 공백은 화면과 이미지의 공간을 축약시키고, 비대상으로서의 추상적 시선을 끌어들인다. 기하학적 색면은 단순한 기본적 형태이지만 반복, 변형을 통해 회화적 리듬감을 부여할 수 있고 회화 내부의 맥락에 위치하여 어떤 공간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킨다. 색과 형태라는 회화의 본질적인 조형 요소를 통해 유동적이고 이질적인 레이어가 다양하게 배치되고 재구성된다.
필터(filter) 화면을 구축하고 있는 이미지의 레이어는 직조된 캔버스의 표면이 드러날 정도로 얇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을 반복해 2차원의 화면에 이미지를 좀 더 밀착시킨다. 갈아 낸 표면은 날실 올실의 거친 입자를 드러내며 거칠고 촉각적이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바랜듯한 채도와 색감은 사실적이지만 현실과는 다른 낯선 풍경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기(view) 작가는 의도적으로 중심이 되는 사건을 감추고 덜어내며 화면을 재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차단막 역할을 하는 도형들을 등장시킨다. 기억의 틈에서 생긴 오류로 인해 끊어진 듯한 장면을 드러냈고, 이 부분적인 공백은 간과하고 지나칠 수 없는 요소로 존재한다. 전체와 부분은 상관관계로 얽혀 있지 않으며, 색과 형태의 공통점을 가진 추출된 이미지들은 다른 작업의 모티프가 되어 새로운 연결지점을 찾아 나간다. 연기가 하얀 자국이 되어 분수와 물로 연결되고, 붉은색을 띤 자국이 불과 꽃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맺는다.
인간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송수민의 시각으로 편집된 회화적 세상은 유동적이고 잡을 수 없는 것들을 물질성을 확보한 화면으로 끌고 들어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여백(자국)으로 그려낸다. 그 여백이 시각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회화 매체에 대한 본질적 사유가 될 수 있고, 예술가적 상상력으로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편집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매체로서의 회화와 디지털적인 이미지는 어떤 접점에서 만나 어떠한 감각을 일깨울 것인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양성과 이질성을 매개로 회화는 어떠한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제시하고 재구성할 것인지 기대해 본다.